중소기업인 이야기│20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갔으면"

2018-10-17 11:13:00 게재

세번째 산문집 '사랑은 행동이다' 출간 … 죽음 위기 극복한 인생역정 담아

흔히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한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더욱이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 우리 주변에는 죽음의 공포를 극복한 이들이 있어 희망을 준다.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이들 대부분은 '지금의 생은 덤'이라고 생각하며 나눔의 삶을 산다.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가 16일 성남시 본사 사무실에서 그동안 출간한 3권의 산문집을 들고 있다. 사진 여의시스템 제공

벤처 1세대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도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고 '작은 사랑을 귀하게 여기며 실천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대구 출신인 성 대표는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휴니드테크놀러지 연구원으로 취업했다. 1983년 여의시스템 전신인 여의마의컴을 창업했다.

창업의 기쁨도 잠시 청천병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세달된 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아내는 그 충격으로 6개월된 둘째 아이를 유산했다. 건강이 악화된 아내는 폐결핵에 걸려 중환자실에 누웠다. 생존확률은 많아야 10%.

아내 나이 스물일곱, 그의 나이 서른살 때의 일이다. 이번에는 병마가 그를 덮쳤다. 위암이었다. 결국 위의 절반을 도려냈다.

죽을 수가 없었다. 가족의 운명이 그의 손에 달렸다. 살아야 했다. 행운이었을까. 30년이 지난 지금 완쾌된 아들은 손주를 안겨줬다. 아내와 그 역시 병을 이겨냈다.

성 대표는 이러한 자신의 삶과 인생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사랑은 행동이다'를 최근 펴냈다. '도전'(2008년) '열정'(2014년)에 이어 세번째 에세이 묶음이다.

'도전'은 창업과정을, '열정'은 기업경영과 주변인들의 삶을 담았다. 이번 세번째는 사랑 이야기다. 우리사회가 좀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 제목으로 선택했다. 책 표지도 아내와 환갑기념으로 다녀온 설악산 사진으로 꾸몄다.

책에는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늘 공포의 대상이 된 아버지, 다섯 자식을 키우면서도 거지에게 밥을 나눠줬던 마음 따뜻했던 어머니, 동생의 대학 진학 때문에 학업을 포기해야했던 큰 누나, 그리고 결혼 후 자신과 가족이 겪은 고통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어서다. 그는 고교 1학년 때 성적은 같은반 60명 중 53등이었다. 뒤에 7명이 야구부 친구들이었다. 고교 3학년 시절 악착같이 공부해 연세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1학년 때는 F학점만 6개를 받았다.

그는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따뜻함을 배려하면서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작은 소망에서 책을 출간했다"며 웃었다.

죽음을 이겨 낸 그는 기업경영도 남다르다.

창업초기 누적적자가 계속되는 경영위기에도 직원들을 줄이지 않았다. "최소 25% 인원을 감축시켜야 한다"며 임원들이 내민 '살생부' 명단을 쥐고도 그는 직원 감축대신 '투명경영'과 '성과보수제'를 결정했다.

사람을 자르는 대신 보너스와 인센티브를 회사 실적과 연계하고, 사업부·팀·개인별 독립채산 개념 도입이 골격이었다.

직원들은 회사 경영방침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후 회사에 기적이 일어났다. 9개월간 누적적자가 계속됐던 그해 흑자를 기록했다. 창업초기인 2003년 이후 5년간 매출액 2.5배, 순이익 18배라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최근 어려운 여건에서도 2016년 248억원, 지난해 358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그는 "회사 월급쟁이를 직장 경영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투명경영'을 통한 신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며 "만약 죽음의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회사 혁신경영에 따라 수익이 나면 25% 주주배당, 25% 직원인센티브, 나머지 50%는 재투자비용으로 사용된다. 이중 절반은 직원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성 회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6대 이노비즈협회장을 역임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임기 2년의 협회장을 다시 맡고 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