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모습은 알퐁스 도데의 《별》 속에 나오는 장면이다.
내가 알프스의 뤼르봉 산에서 양을 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몇 주일 동안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구경 못하고, 하루 종일 양떼와 사냥개 검둥이를 상대로 홀로 목장에 남아 있어야 했습니다. (…중략…) 스테파네트 아가씨도 무슨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그만 소스라치며 바싹 내게로 다가드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저편 아래쪽 못에서 처량하고 긴 소리가 은은하게 굽이치며 우리가 앉아 있는 산등성이로 솟아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찰나에, 아름다운 유성이 한 줄기 우리들 머리 위를 같은 방향으로 스쳐가는 것이, 마치 금방 우리가 들은 그 정체 모를 울음소리가 한 가닥 광선을 이끌고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게 무얼까”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지요.” 이렇게 대답하고 나는 성호를 그었습니다. 아가씨도 나를 따라 성호를 긋고는 잠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명상에 잠겼습니다. 아가씨는 여전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손으로 턱을 괸 채 염소 모피를 두르고 있는 모습은, 그대로 귀여운 천국의 요정이었습니다. "어머나, 별들이 저렇게 많아! 참 기막히게 아름답구나! 저렇게 많은 별은 생전 처음이야." (…중략…) 무엇인가 싸늘하고 보드라운 것이 살며시 내 어깨에 눌리는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아가씨가 졸음에 겨워 무거운 머리를, 리본과 레이스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을 앙증스럽게 비벼대며, 가만히 기대온 것이었습니다.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훤하게 먼동이 터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기대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 잠든 얼굴을 지켜보며 꼬빡 밤을 새웠습니다. 가슴이 설렘을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은,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 맑은 밤하늘의 비호를 받아, 어디까지나 성스럽고 순결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 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가냘픈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내가 아직도 암벽을 오르고 배낭여행을 하는 것은 목동과 같은 순수함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가페적인 사랑과 에로스적인 사랑의 양면을 모두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에 알퐁스 도데의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동경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수컷의 본능도 꿈틀거려서 남설악 흘림 골에서 만났던 폭포 속의 멋진 여인과의 뜨거운 사랑도 상상 속에 그려본다.
내가 멘토로 삼는 분이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다. 홍하상 작가가 쓴 《이병철에게 길을 묻다》를 읽어 보니, 이병철 회장은 뒷방 늙은이가 되기 십상인 73세에 반도체를 삼성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기로 결심하신 분이셨다. 그 시점에서 반도체를 하지 않았다면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오늘의 삼성이 있었을까?
초등학교 시절에 집(대구 원대동)과 학교(계성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옆에 오늘의 삼성을 태동시킨 작은 정미소 건물이 있었다. 그분에겐 어떤 면이 있어서 대구의 작은 정미소에서 출발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을까?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의문점이었다. 여러 가지 분석이 있겠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생각된다. 홍하상 작가가 쓴 책을 대하기 전에는 나도 60세까지만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인생을 즐기며 살리라고 생각했는데 현역에서 물러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은 남은 삶을 하는 일 없이 벌어 놓은 돈으로 여행 다니면서 사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면서 보내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길이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늙어 죽을 때까지 기업 경영의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하고 결정한 대로 끌어나가는 모습은 노욕으로 비쳐질 수도 있어서 피해야겠지만, 함께 회사를 키웠던 역량 있는 임직원들과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하여 방향 설정을 하면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성장시키는 조력자로서의 경영자로는 남고 싶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가 있다. 현재 내가 속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주위의 가까운 분들을 배려하면서 내일을 지금보다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 도전하는 시간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이다. 강한 기업이란 끊임없이 도전하고 넘어지고 생채기가 나면서 점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도 이 땅에서 도전 정신으로 열정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들과 그 기업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땀을 쏟는 임직원들에게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의 마음을 담아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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