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이코노미 조선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박순욱의 기업인 탐방 37]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
성명기 대표는 “중소기업 기반이 약한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기술교류지원센터를 열어, 이노비즈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고 말했다. <사진 : C 영상미디어 임영근>
1991년 설립(법인)된 여의시스템은 산업용 컴퓨터를 기반으로 각종 자동제어기기를 개발·제조하는 기업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자리한 여의시스템의 성명기 대표 집무실에는 ‘도전’이라 쓴 큰 액자가 2개나 벽에 붙어 있다. 과감한 도전 없이 성공한 기업인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성명기 대표에게 ‘도전’이란 단어는 다소 남다르다.
대학 졸업 후 방위산업체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금 회사의 전신인 여의마이컴을 창업한 때가 1983년이었다. 창업 직후 그의 가족은 죽음을 넘나드는 병에 잇따라 걸렸다. 세 살배기 아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이듬해엔 아내가 폐결핵에 걸렸다. 또 1년 뒤에는 성 대표 본인이 위암에 걸렸다. 이 모든 것이 창업 초기 3년 사이에 벌어졌다. 다행히 지금은 모두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위기는 성 대표 가족에게만 온 게 아니었다. 그가 2008년에 쓴 책 ‘도전’ 130~134쪽을 읽어보면 그가 회사에 닥친 위기를 어떤 도전정신으로 극복했는지 잘 말해주고 있다. ‘2001년 들어 국내 노사분규의 심화로 기업들이 중국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국가 전체의 제조공장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증설 공장에 산업용 장비를 공급하는 여의시스템의 일거리가 대폭 사라졌다. 급기야 인사 담당 임원은 직원 25% 감축안을 내밀었다. 오랜 고민 끝에 투명경영과 인센티브제(회사 성과가 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대신 실적이 안 좋으면 보너스 지급 보류) 도입으로 인적 구조조정 없이 위기를 돌파했다.
여의시스템은 현재 국내 산업용 컴퓨터 시장에서 매년 선두권을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성 대표는 한국이노비즈협회 6대(2013~2014년) 회장에 이어 지난 2월 8대 회장을 맡아 1만8000개 이노비즈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여의시스템은 어떤 회사인가.
“산업용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각종 IT장비 개발․제조업체다. 산업용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 그 위에 부가장치를 부착한 장비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하철, 버스의 디지털 동영상 광고(디지털사이니지), 제주도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 안내판 등도 만든다. 휴대전화 검사 장치도 산업용 컴퓨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드라이브 스루 장비의 특징은.
“작년 말에 드라이브 스루(고객이 차에 탄 채로 패스트푸드점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IT기술) 개발을 마쳤다. 맥도널드, 스타벅스의 드라이브 스루 전용 점포의 경우 차를 탄 고객으로부터 직원이 주문을 받는데, 주문자의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나온 음식이 주문한 것과 다른 경우가 15~17%(미국의 경우)나 된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인공지능은 물론 다국적어를 지원하는 무인 키오스크(드라이브 스루)를 최근 개발했다. 가령, 고객이 차를 탄 채로 키오스크 모니터의 태극기 아이콘을 치면, 음성 메시지와 화면이 한글로 떠 주문하기 쉬워져, 주문과 실제 제품이 다를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된다. 미국, 중국,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과 계약을 체결해 조만간 맥도널드, 버거킹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들이 우리 회사 기술이 채택된 장비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여의시스템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디지털사이니지는 어느 단계에 있나.
“디지털사이니지는 디지털 동영상 광고판이다. 현재 경기도 광역버스 1만대에 대당 2개씩 설치, 운영되고 있다. 또 서울지하철 5, 6, 7, 8호선에도 디지털사이니지가 공급돼 있다. 이 밖에 시외버스 터미널의 무인 티켓발매기도 그중 하나다. 요금 결제는 물론 승객이 앉고 싶은 좌석을 선택하는 기능도 있다. 일본의 스키장에도 현금환급기 형태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헬스케어와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신사업은.
“중소기업청 글로벌경쟁과제(국책 프로젝트)로 가상현실 기반의 손, 손목 관절 재활치료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손·팔 등의 움직임이 불편한 뇌졸중 환자들의 손가락·손목 훈련을 수행하는 일종의 재활로봇이다. 단순한 재활치료가 아니라 덧셈, 뺄셈 등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통해 환자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활치료를 받도록 개발했다. 올해 6월 의료기기 전시회에 출품할 예정이며 조만간 상용화 과정을 거쳐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이노비즈 기업의 당면 과제는.
“기술인력 부족과 해외 진출 문제다. 이노비즈 기업은 스타트업 중심의 벤처와 달리 회사를 세운 지 평균 16년 된 기업들이다. 창업 초기에는 창업자인 대표이사가 기술개발을 주도하지만, 업력이 쌓이면서 회사경영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공백을 채워줄 우수 기술인력이 절실하다. 또 평균 매출이 150억원 정도 되는 이노비즈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부로 승격해서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길 바란다.”
▒ 성명기
1954년생,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1980년), 휴니드테크놀러지 연구소 근무(1980~83년), 여의시스템 대표(1991년~현재), 한국이노비즈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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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point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융합 드라이브 스루 장비 개발 여의시스템은 공장 자동화, 철도, 교통,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산업용 자동제어 장비를 연구개발, 제조, 공급하는 기업이다. 여의시스템의 신제품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DTK-1000)는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고객 직접주문 시스템이다. 자동차가 매장의 드라이브 스루 앞에 도착하면 터치 스크린이 자동으로 운전자에게 가깝게 이동해, 키오스크(무인 주문 스크린)와 사용자의 거리를 좁혀준다. 이 제품의 또 다른 특징은 어떠한 언어로도 주문할 수 있도록 다국어 서비스 솔루션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영어 등 외국어에 서툰 사람들도 외국어 스트레스 없이 자국어로 주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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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