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기사는 매일신문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때아닌 선거철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구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약속합니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다만,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좋은 일자리가 많은 나라일 겁니다. 더 이상 대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량 중소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해답입니다."
성명기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은 21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산구조가 필요하고 그 소임은 건실한 중소기업 몫" 이라고 강조했다. 성 회장의 소신은 통계가 증명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고용 기여도는 지난 2009년 87.7%에서 2014년 87.9%로 늘었다. 2014년 현재 국내 대기업 사업체는 3천 123개(0.1%)에 불과하지만 중소기업은 354만2천250개(99.9%)에 이른다. 중소기업 종사자만 1천400만 명이 넘는다. 결국 일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성 회장은 "중소기업기술혁신회(이노비즈협회)는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거듭남을 돕고 있다"며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차근차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성 회장은 성공한 중소기업 경영인이다. 1983년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하는 일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제조업 생산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면서 발돋음했다. 자신이 이끌고 있느 (주)여의시스템을 연 매출 200억 원 이상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으로 키웠지만 예나 지금이나 성 회장의 고민은 하나다. 기술혁신. 지난 34년 동안 '어떻게 하면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우리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래야 국내외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직원들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고향인 대구의 미래 먹거리는 로봇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지역의 기업가들이 보다 열린 사고로 세계와 호흡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회장으로 취임한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이노비즈협회)는 어떤 곳인가?
▶2002년 설립한 이노비즈협회는 혁신형 중소기업 대표 단체다. 1만 7천여 개 이노비즈 인증사와 1만 2천 400여 개 회원사들이 전국 9개 지회를 걸쳐 활약하고 있다. 이노비즈 기업은 일반 중소 제조업에 비해 매출이 평균 3배 이상 높고 연구개발비 투자도 2배 이상인 혁신형 기업이다. 이노비즈협회는 지난해 7년 연속 3만 개 일자리 창출의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다.
경기 침체로 국내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이 처한 현 상황은 어떤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 중국의 사드 보복, 국내 경제 컨트롤타워 부재, 내수시장 침체 등으로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도 부실하다.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개발 사업에 중소기업이 고르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 쿼터제'도입이 필요하다.
회장님도 중소기업 경영인이다. 후배 경영인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얘기가 있다면,
▶ 저를 포함해 아내와 아들이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돌이켜보니 제가 이끌고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삶과 경영 모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려자 그리고 동반자와의 신뢰 관계다. 도저히 넘을수 없을 것 같던 고비를 넘기면서 어떤 어려움도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기업은 정보화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선도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앞으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어느 때보다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우리 기업들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많다. 해결책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 2015년부터 이노비즈협회장도 동반성장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다. 기술과 연구개발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면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중소기업 역시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혁신에 나서야 한다. 현재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너무나 확고한 수직관계다. 개별 기업들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협회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하겠다. 혁신중소기업부를 만들어서 이러한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고향 이야기를 좀 해보자. 회장님이 기억하는 대구는? 그리고 미래의 대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원대동에서 태어났고, 계성초등학교-경상중학교-대건고등학교를 다녔다. 자전거로 통학하다 보면 삼성그룹의 모태가 된 삼성상회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이 대구에 있었다. 섬유산업이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섬유산업을 고도화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이제 대구가 나아갈 길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나갈 최첨단 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 산업에 주력하는 것이 좋겠다.
중소기업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을지
▶창업과 벤처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 걸음마를 떼고 있거나 성숙기로 접어든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통상 기업은 창업 후 성장 성숙기(9~17년)가 되면 한 번의 고비를 맞는다. 이때 힘을 받으면 국가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큰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더불어 중견기업들이 해외 수출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중소기업은 물건만 잘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곳이 많다. 이런 기업을 지원해서 해외에서 성과를 내게 해야 한다. 국내에서 고전하던 기업도 해외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고향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 달라.
▶오늘은 싫은 소리를 좀 해야겠다. 아직까지 고향에는 고정관념과 기존 지역 정서의 틀을 깨지 못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전 세계에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 유목민들의 삶이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몽골 민족은 혈연, 학연, 종교의 틀을 타파하고 다양한 문화를 흡수하면서 국가가 성장할 수 있었다. 전 세계를 무대로 회사를 경영해야 하는 시대다. 국적도 묻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를 세계에서 흡수해야 한다. 자기 성만 쌓아올리는 농경민의 자세로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 지역 경영인들도 세계와 경쟁하며 의사 결정을 하길 바란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이 대기업에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이 미흡하다. 기업의 규모별 과제당 연구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5배가 넘는다. 사실 대기업은 자체 역량으로도 얼마든지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은 힘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의 기술력이 중소기업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대기업 수행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중소기업이 의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구경북 중소기업의 장ㆍ단점은?
▶ 풍요롭지 않은 곳에서 땀과 노력으로 기업을 일군 끈기와 추진력은 우리 고향 기업인들의 큰 자산이다.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기술혁신을 게을리하지 않은 점도 내세울 만하다. 다만, 다소 권위주의적인 면모는 고칠 필요가 있다. 기업을 이끌면서 반드시 필요한 조직 내 다양한 의견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할 수 있는 관용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 바꾸기' 등을 통해서 기업의 혁신도 가능하다.